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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없는 자가 저들을 장애인이라 불러라

기사입력 2023.04.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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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호 시장의 월요편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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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픽] 장애없는 자가 저들을 장애인이라 불러라

     

    지난 4.20일, 장애인의 날.

    장애인을 생각할 때마다 떠올려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쓴 가족동화에 수록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

    사냥감을 찾아 헤매다 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진 사냥꾼 곤잘리스.
    얼마나 지났을까...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세상에 와 있었습니다.

    헌데 그들도 곤잘리스의 얼굴을 손으로 더듬어 보고는
    흠칫 놀라버립니다.

    눈썹 밑에 갈라져 있고 가끔 물이 고이는 상처가 만져지는 것이,
    분명 몹쓸 상처라 생각했습니다.
    곤잘리스는 그들에게 그 상처로 장애인 내지는 병자로 취급당했지요.

    곤잘리스는 눈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지 설명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초능력을 과시하듯 길을 걷다가 달리고,
    날아가는 새를 잡았지만 이런 능력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앞을 볼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를 느끼는 감각만큼은 탁월해
    늘 곤잘리스의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되려 불빛이 사라진 밤이 되면 전혀 볼 수 없어
    속수무책이 되는 곤잘리스를 사람들은 측은히 여겼습니다.

    그리고는 그 쓸데없는 양 이마 밑의 흉측한 상처를 봉합해 고쳐주겠다고 했습니다.
    기겁한 나머지 고향으로 돌아갈 시도를 수없이 했지만 실패만 거듭했습니다.

    세월이 흘렀고 곤잘리스의 눈에 그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탐하지 않고 욕심없는 사람들.

    물욕이 없으니 싸울 일이 없고 경쟁이 없으니 걱정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고 진정으로 아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곤잘리스에게도 마을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녀와의 결혼을 꿈꿨습니다. 그녀의 부모로부터 결혼을 승낙 받았지만
    조건이 있었습니다.

    상처를 치료하라는 것이지요, 눈을 꿰맨다는 것입니다.

    밤잠을 못 자며 고민한 곤잘리스는 결국 마을을 도망쳐 나왔습니다.
    정신없이 뛰다 다시 낭떠러지로 떨어졌고 며칠 후 눈을 뜬 곳은 꿈에 그리던 고향.
    가족 친구의 품에 돌아온 그를 모두 축복하며 기뻐했습니다.

    얼마 후
    다시 마을에 적응하며 살기 시작한 곤잘리스는
    고향이 새삼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도 평화롭지 않고 사냥감을 놓고 서로 가지려 싸웠습니다.
    질투에 눈이 먼 여자들은 서로 미워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남자들은 서로 속이고 죽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습니다. 걱정과 미움이 없는 날이 없었습니다.

    살벌하고 무섭기만 한 세상에 대한 실망이 몰려오자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곤잘리스.
    어느날 몸을 일으키고 그는 밀림 속 낭떠러지를 향해 갑니다. 무조건 앞을 향해 뛰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낭떠러지로 몸을 던졌습니다.

    또 며칠이 지났을까.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곤잘리스 앞에 낯익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눈 없는 사람들이 그를 환영해 주었고, 사랑하는 그녀도 곁에 있었습니다.
    곤잘리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사람들은 그의 상처에서 나오는 물을 안쓰럽게 생각하며 정성껏 닦아 주었습니다.

    얼마 후 곤잘리스가 사람들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제 장애를 치료해주세요. 저는 그동안 제가 장애인인 줄 몰랐습니다. 이제 알았어요.
    누가 장애인이고 무엇이 장애인가. 이제 저도 비장애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직원 여러분,
    원하는 것을 다 갖게 되면 우리는 행복할까요...

    실은 더 많은 것을 얻고 싶은 욕심이 샘솟지는 않을까요.

    장애, 보통은 신체와 거동의 불편함을 일컫는 말입니다만,
    편견과 욕심으로 기울어진 마음도 장애라면 장애라 할 수 있지요.

    그 장벽을 걷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중요한 것들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생기겠지요.

    장애인의 날,
    저는 외쳐봅니다.

    "이 중에 장애가 없는 자가 저들을 장애인이라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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