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픽] 더불어민주당이 주축인 세종시의회가 10일 2024년 제2차 세종시 추가경정예산안에 상정된 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운영을 위한 예산과 ‘세종빛축제’ 실행을 위한 예산을 끝내 전액 삭감했다.
시가 예산안 상정에 앞서 시민들의 85%가 박람회의 필요성에 동감하고 300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2,200명의 고용효과 있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이를 외면했다.
또 전날 예결위의 파행적 진행을 지적했던 국민의힘 최원석 의원과 김충식 원내대표의 사과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2년 전부터 준비해온 화훼농가와 조경수를 심어온 임업농가의 간절한 호소도 무시했다.
세종빛축제 예산전액삭감에 항의하는 금강 수변상가 상인들의 면담도 거절했으며 빛축제 무산시 학생들의 장래에 큰 지장을 초래 할 수 있다는 한국영상대 간부들의 호소문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세종시의회가 보여준 이번 임시회의 행보는 가히 폭주하는 기관차나 궤도 풀린 전차와 같았다.
무려 6일간 정회와 차수 변경을 반복한 세종시의회 예결위의 심의는 한국 기네스 기록에 오를 수준이었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의회가 전반기부터 ‘집행부와 협치는 없다’는 극단적인 의장의 선언도 있었지만 후반기 들어 의장단이 바뀌고 모토도 ‘소통’을 앞세워 기대를 했지만 ‘그 나물에 그 밥’임을 첫 회기부터 확인시켜주었다.
시의회가 예산을 전액 삭감한 사업의 공통점은 최민호 세종시장의 공약이라는 점이다.
그는 의회에서 다수인 더불어민주당의 상대인 국민의힘 소속이고 전국 17개 광역 단체 가운데 유일한 ‘여소야대’ 지역의 단체장이다. 그의 공약 사항이 적지 않게 흔들릴 수 있는 개연성은 있지만 그 만큼 소신과 확신을 가지고 추진한 사업임에도 틀림이 없다.
시의회가 수차례 확인했던 사항들에 대해 상당한 준비를 해왔고 적절히 대응해 왔다.
이미 시의회도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를 위한 예산으로 6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 시의회는 이날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조직위 구성 동의안은 통과시켰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를 운영할 예산은 아직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좀 비틀어 보면 정부안으로 마련한 국비 지원이 된 이후에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만 정부도 어려운 살림에 지원하는 예산을 세종시가 반납하면 체면을 구기게 된다. 이미 국비지원을 결정한 국무회의나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산림청은 난감한 입장일 것이다.
실제 국제정원도시박람회는 국내에서 시도된 바 없는 사업이다. 정원박람회는 이미 순천만과 태화강에서 개최되었지만 도시 전체를 박람회장으로 규정하고 시행하려는 정원도시박람회는 세종시가 유일하다.
그만큼 관심도 크고 성공 여부에 따라 뒤를 이어 개최를 희망하는 자치단체들도 있을 수 있지만 세종시 만한 여건을 갖춘 곳도 드물기에 세종시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저간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세종시의회 예결위 소속 야당의원들은 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구성을 위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데 한목소리로 이를 찬성했다.
예산 삭감이 당론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최민호 시정에 대한 발목잡기’나 2026년 지방선거에 대한 포석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결국 당리당략이 시의 미래나 발전, 시민의 행복보다도 우선한 셈이다.
예산 필요성을 호소한 세종시 간부 공무원의 눈물, 동료의원의 사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제발~’이라는 상인들의 절규와 막대한 시설비를 투입한 화훼 농가의 몸부림, 취업을 위해 1년여를 준비한 취준생의 바램도 모두 외면당한 것이다. 정쟁으로 해석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정치인들의 18번 레퍼토리이자 입만 열면 앞세운 민생도 시민을 위한다는 구호도 민의의 대변자란 말도 모두 사탕발림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의회엔 시민도 민생도 미래도 보이지 않고 오직 당과 선거만 있는 것인가.
"이건 의회의 폭거다”라는 시민의 분노에 찬 외침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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