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미네소타 주(State of Minnesota)의 한국전 참전용사 여러분.
그리고 한국의 입양가족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입니다.
저는 이곳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Minneapolis)에 처음 왔고, 또 여러분들도 처음 뵈었습니다만, 와보니 그럴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송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우리나라가 가장 고통스럽고 비참했던 6.25 전쟁 시 가장 먼저 파병된 미 육군 부대가 미네소타 주 방위군이었고, 한반도의 중북부 지역과 같은 위도로 기후 환경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파병 숫자도, 희생자도 가장 많았던 주가 바로 미네소타 주였다는 사실이 상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6.25 전쟁 참전 미군 용사 여러분들을 만나 뵈니 여러분들의 헌신에 어떤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비극적인 6.25 전쟁에서 미군들은 4만5천 명이 한국 땅에서 희생되었습니다. 또한 한국군 13만 명, 민간인 24만 명이 희생당하였고 부상자와 실종자를 합하면 99만 명의 엄청난 피해자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만약 미군 참전 용사 여러분들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99만명...100만 명을 넘어 200만 명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전쟁으로 오갈 데 없는 고아가 10만 명이 생겨났습니다. 전쟁 후, 이들 고아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셨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여러분들이었습니다.
2만 명의 전쟁고아를 비롯해서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국인 입양아를 받아주신 곳도 미네소타 주였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사랑하는 아들들을 희생시킨 나라의 어린이들을 다시 자녀로 받아주신 여러분들의 숭고한 마음을 저는 감히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오늘 훌륭하게 성장한 피입양인 여러분들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미네소타 주가 우리나라에 기여한 것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이었습니다.
미네소타 대학은 우수한 서울대 학생을 선발하고 직접 교육시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보건대학원을 설립해 인재를 양성했습니다. 의과대학과 농과대학에 선진 미국식 교육시스템을 이식하여 미국수준의 대학으로 진일보시켜, 대한민국의 행정체계, 공중보건체계, 의료체계, 농업체계를 확립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베미지 시(Bemidji)의 콩코디아(Concordia)에 '숲속의 호수'라는 한국어 마을을 조성하여 많은 미국 청소년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전시에는 총칼을 들고 우리나라를 지켜 주었고, 전후에는 전쟁고아를 입양하여 길러 주었는가 하면, 한국의 발전에 공헌한 현대 학문의 기초를 마련해 경제성장을 도왔고, 이제는 미래를 향한 청소년들의 비전을 한국어를 통해 열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제 버젓한 선진국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성공에는 미네소타주 여러분들의 헌신과 기여가 있었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슴이 아픕니다.
피입양인 여러분이 친부모를 찾아 고국을 찾아왔건만 3개월 체류만기에 쫒겨 체포를 당하고,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는 냉랭함과 그 절망감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있다는 고백을 들으니 가슴이 울컥해집니다.
'숲속의 호수' 한국어 마을이 조성되었어도 그간 한국의 누구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 무심한 현실 속에서, 다행히 최근 한국의 기업인 한 분이 거금을 쾌척하였다는 말씀에 안도가 됩니다. 다만,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도시 세종시장이자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새삼 자괴감이 느껴집니다.
여러분을 뵙고 보니 피입양아셨던 고 신호범 미국 워싱턴주 상원의원님이 생각납니다. 그 분은 필생의 사업으로서, 입양아, 전세계의 한민족 디아스포라, 교포3세 이후의 세대들이 고국에 와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며 한민족으로서 자존감을 느끼게 하는 한국어 문화 단지를 만들고자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저를 만나 제가 품고 있던 한글문화도시의 비전을 들으시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절을 하시면서 꼭 실현시켜달라며 부탁하시던 기억입니다.
바로 여기 계시는 여러분들의 뜻도 모두 같은 것이리라 생각하니 새삼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존경하는 참전용사 여러분.
그리고 피입양인 여러분.
고난과 성취를 함께 공유한 여기 계시는 우리 모두는 명실공히 형제요 가족입니다. 그리고 한글과 한국어는 이제 한국인만의 전유물이 아닌 미래의 세계인의 것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어 마을인 '숲속의 호수'도 각 언어 중 가장 인기 많은 마을이라 들었습니다,
세종대왕의 얼과 혼이 스며있는 세종시에서 저는 오늘의 여러분을 생각하며 여러분들과의 내일의 약속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밝은 얼굴을 여러분들이 그리던 세종시에서 다시 뵙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자리를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다시 만날 날까지 늘 건강하십시오.
ASAP.(as soon as possible).
감사합니다.
2024년 7월 18일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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