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픽] 지난주, 비가 더위를 밀어내고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내렸습니다.
불과 두 달 전에 장맛비가 준 상처가 너무 커
물난리에 만반의 대비를 하며 우리가 한숨을 돌린 사이,
지구의 다른 편인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는 산불이
모로코에서는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 소식이 있고 얼마가 지났다고...
리비아에서는 엄청난 수마가 도시를 삼켰습니다.
46억 년 지구 역사에서
대륙이 이동하고 땅과 바다가 뒤집히며
지질시대(地質時代)는 구분되어 왔습니다.
현재는 제4기 충적세 (沖積世)인 홀로세 (Holocene)라고 합니다.
홀로세 이전 시대들은 자연이 지구 환경을 좌우해왔고
특정한 자연적 현상을 기점으로 구분되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인간에 의해 변화를 맞닥뜨린 시대가
바로 지금의 홀로세입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인간에 의해 기후와 생태계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했으니 이때를 새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첫 번째 핵실험이 실시된 1945년 이래,
지구 지층에 이제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물질들이 퇴적되면서
지각 구조에 깊고 굵은 나이테가 새겨지기 시작합니다.
한 해 600억 마리가 소비되는 닭의 뼈, 플라스틱, 콘크리트, 방사능 등의
퇴적물이 급속히 두텁게 쌓인 것입니다.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파울 크뤼천(Paul Jozef Crutzen)은
이 지층 구조를 가진 지구의 세기를 ‘인류세(⼈類世, Anthropocene)’라고
부르자고 주장합니다.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발명품인 플라스틱을 예로 들까요.
상아 소재 당구공의 대체품을 찾던 중 발명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불사조에 버금가는 "불멸의 존재"입니다.
식수 안에 미세 플라스틱으로 침투해 인간을 괴롭히고
뭉치고 뭉쳐 화학적 결합 끝에 신종 암석(New Rock)으로 발견되기도 합니다.
인류라는 거대한 괴물이 자연의 거대한 변화를 초래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오존층의 파괴는 예측할 수 없는 온난화와 추운 겨울, 산불, 폭우, 가뭄, 허리케인과 태풍 등 흡사 미
친듯 기후가 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같은 신종 바이러스마저 출몰하여 인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자연이 분노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지만 거대 인류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금지하는 '탈 플라스틱 운동'이나 자원 재활용, 1회용컵 보증금제도 등 작은
노력에도 소극적이기만 합니다.
인류세...
이는 인류에 던지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우리는 위대하고도 거대한 공포의 지질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류가 만들어내 되돌려 받는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은 없겠습니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일에서
작금의 '인류세'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올 겨울에는 또 어떤 추위를 인류는 경험하게 될까요?
- 세종특별잦치시장 최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