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픽]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일찍이 율곡 선생은 10만 양병을 주장했습니다. 만일 10만을 양병했다면 조선군은 왜군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활로써 왜의 조총 부대를 이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잉카의 대국이 소수의 스페인군에게 멸망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총이 없었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도구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버립니다. 이런 도구를 게임체인저라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게임체인저는 원자 폭탄이었습니다. 원자폭탄은 독일 히틀러의 과학자 하이젠베르크가 처음 개발에 착수했었고 미국은 그 원리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이때 아인슈타인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결정적 힌트를 제공했고 결국 개발에 먼저 성공한 쪽은 미국이었습니다. 만약 독일이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했더라면 현대 역사는 어찌 되었을까.
높은 과학기술을 보유한 쪽이 그렇지 못한 쪽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렇다면 미래 역사에서는 무엇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인가. AI, 바이오, 양자컴퓨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중 양자컴퓨터는 어떤 컴퓨터도 해킹할 수 있으면서 외부의 어떤 해킹 시도로부터 안전합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전 세계가 양자컴퓨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방성 주도로 양자컴퓨터 개발에 매진하고 있고, 중국은 14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준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내느냐에 향후 세계 주도권의 향배가 달려있습니다. 가히 양자컴퓨터 전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12대 국가전략과학기술 중 하나로 양자컴퓨터를 선정했습니다. 아직 우리의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는 많이 뒤처져 있지만 기회는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분야 최선두에는 한국인 학자가 많다는 점은 특히 고무적입니다. 필자가 지난해 3월 미국 보스턴에서 만난 하버드대학교와 매사추세츠(MIT) 공대 양자 분야 교수들은 입을 모아 대한민국 인재의 우수함과 잠재력을 높이 샀습니다.
지난해 9월 양자컴퓨터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한 매일경제의 주관으로 열린 ‘2023 세계지식포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세계적인 게임체인저 경쟁에 자치단체도 집중과 선택으로 분담하여 몰입해야 합니다.
퀀텀빌리지 세종의 꿈은 우리가 양자경제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양자컴퓨터 기업 큐에라, KAIST와 협약을 맺은 것도, 세계 석학을 초청해 시민을 대상으로 퀀텀 특강을 연 것도, MIT와 함께 퀀텀 계절학기를 준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양자 컴퓨터에 대한 저변과 인식이 확대되면 이 시대의 아인슈타인이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지난 10일 세종시에서 열린 ‘퀀텀 특강’에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볼프강 케털리 교수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가 있다면 그것은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다."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그리는 것, 그것이 미래를 경영하는 것이다. 관행과 인습의 중력을 박차고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끊임없는 의심과 도전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퀀텀시티 세종의 꿈이 점차 무르익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양자경제로 먹고살고, 전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이끄는 중심국가로 성장해 나가길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