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픽] 플라톤의 '공화국(The Republic)'이라는 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반지의 제왕(Lord of ring)’.
영화로도 익숙한 이 이야기는 반지를 차지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힘을 가진다는 내용입니다. 이 반지는 말 그대로 '절대반지'여서 모든 지배자들이 이 반지를 찾느라 어떠한 희생과 전쟁도 불사하며 싸웁니다.
플라톤은 이 반지를 '기게스의 반지(Gygis annulus)'라고 했습니다. ‘기게스’는 순진한 양치기 소년이었습니다. 우연찮게 죽은 거인의 손에서 ‘기게스’가 훔친 반지는 그의 인생을 뒤바꿨습니다. 반지를 끼는 순간 투명 인간으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순수하고 착했던 그는 탐욕적인 인간으로 돌변했습니다. 그는 리디아 왕국에 들어가 몰래 왕을 살해하고 국가를 손에 넣고 25년간 통치하게 됩니다. 절대반지. 즉 ‘기게스의 반지’는 소유자를 투명 인간으로 만들어 자신을 숨길 수 있는 반지였던 것입니다.
플라톤은 이 이야기에서 기게스가 '몰래보기'를 하여 권력을 잡았다고 설파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몰래보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권력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몰래 볼 수 있으면 권력을 잡을 수 있을까요? 상대방의 '정보'와 '약점'입니다.
권력자가 미치도록 갖고 싶어 혈안인 이것, 그것은 자신의 것은 노출시키지 않은 채 상대방의 정보와 약점을 알 수 있는 정보망입니다. 바로 기게스의 반지인 것이지요.
현대에 와서 이 '기게스의 반지'는 사라졌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오히려 더 성능이 좋은 반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컴퓨터 해킹(hacking)입니다. 영역의 한계가 없는 사이버 세계의 '기게스의 반지'입니다.
해킹은 컴퓨터 네트워크의 취약점에 침투하여 정보를 훔쳐 악용하는 행위입니다. 정보사회에서 해킹은 국가 보안부터 비트코인, 산업정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해킹을 당하면 자신이 인생을 걸고 축적한 정보와 자산이 순식간에 남의 것이 되고 맙니다. 만일, 우리가 생성한 AI가 해킹당해 나를 공격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어떻습니까.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합니다. 터미네이터 영화가 현실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감추기를 허술히 하면 도둑을 가르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집안의 보물을 소중히 간수하지 않으면 도둑을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해킹으로부터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선 화이트 해킹, 즉, 해커들의 네트워크 침투에 철저히 방어하고 철통같이 방어해야 합니다.
특히나 세종시는 '사이버 보안'에 실수와 누수가 없어야 하는 도시입니다. 국정의 중심이 되는 정부부처들의 행정기능에 더해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 설치가 완료되면, 세종시는 실질적인 수도로서 국가의 중추 기능을 담당하게 됩니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으면 정부기관에서 생산하고, 축적하게 될 공공데이터와 정보들은 국가의 군사력에 버금가는 귀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 데이터들을 철통같이 지켜내는 화이트 해커들이 국가를 위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 세종시의 책무입니다.
'핵테온 세종(HackTheon Sejong)'은 이런 취지에서 시작된 대학생들의 해킹 경진대회입니다. ‘해킹의 신들이 세종에 모인다’는 뜻입니다. ‘2024 핵테온’에는 25개국 171개 대학 1,352명의 대학생들과 40여개 기업들이 참여하였습니다. 해마다 참여 숫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핵테온에서 만난 사이버보안 인재들에게서 저는 세종,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일상을 침투하는 해킹의 기술도 대단하지만, 우리에겐 세계 최고 수준의 젊은 화이트 해커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든든하고 믿음직스럽습니다.
"21세기의 절대 반지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 핵테온에서 전 다시금 우리의 사이버보안 강국, 세종시와 대한민국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