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일 총선이 끝났습니다. 별안간 세상이 바뀐 듯합니다. 총선에서 참패한 여당은 매우 의기소침해 있고, 승리한 야당은 권력은 투표에서 나온다라는 격언을 그야말로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총선이 끝나고 우리 국민은 새로운 정치의 무대에서 새로운 주인공들이 연출하고 감독하는 어쩌면 새로운 정치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사회와 시대를 살게 될지 모릅니다. 그것이 우리나라 발전의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진실로 새로운 발전의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저는 우리 사회에 대한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기회로 보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참으로 무섭다는 경계심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더욱 강하게 갖게 되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작은 실수도 놓치지 않고 평가하는 국민들의 눈이 얼마나 예리한지, 국민에게 겸손하지 않은 정치인에 대해 얼마나 매서운지를 새삼 절감케 하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모습은 앞으로도 언제 노도처럼 급변할지 두려운 마음이 앞섭니다. 승자든 패자든 보다 더 겸손해지고 보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희망을 봅니다.
반면 위기로 보는 측면은, 총선 내내 심판과 비판으로 시종되었던 평가의 잣대였습니다. 정책 공약이나 비전의 제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심판론과 비판론으로 과거에 몰입되어 반성이 아닌 청산의 언어 속에 미래가 실종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금 세계는 대단한 위기 앞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생명과 재산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전쟁의 위기감, 그로 인한 급격한 경제의 쇠퇴, 동시에 확산되는 도덕성의 하락, 이기주의의 기승 등 생각해 보면 장래가 암울해지는 현상이 도처에서 우리를 두렵게 하고 있습니다. 인구와 지방의 소멸 등 우리만의 현안도 머리가 아픕니다. 그럼에도 그러한 중대 이슈보다는 사람에 대한 비난과 복수가 난무하는 선거를 치루었습니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분립이라는 철학에 서서, ‘견제와 균형’을 마치 바이블처럼 여기는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의 정치사상은 조선의 병자호란 시절쯤인 400여년 전 농경시대 프랑스 왕의 권력을 견제하려는 배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산업시대를 넘어 테크놀로지의 시대를 살면서 우주경영까지 구상하는 지금, 이제 권력의 개념은 바뀌어야 하며 그 역할도 변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권력을 사람과 재원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볼 때, 현대의 권력은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만이 아니며, 기업과 언론과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SNS 등 수없이 다원화되어 있어, 단순히 헌법에 있는 삼권만으로 국민들을 지키고 행복하게 한다는 것은 시대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500년대 절대적으로 막강했던 군주로부터 또는 약소국이 살아남기 위해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고 주장했던 마키아벨리즘도 지금은 정신병자에 가까운 소시오패스로 지탄받는 낡고도 사악하기까지 한 행태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속성을 마키아벨리즘인 양 착각하고, 정치의 본령이 오로지 ‘견제와 균형’에 있는 양 생각하는 통념은 이제는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변하고 있고, 무엇이 미래의 세상을 뒤집어 놓을지 불안할 정도로 예측이 불허되고 있습니다. 어제의 선진국이 내일의 후진국으로 순식간에 전락될 위험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국가 간의 경쟁도 영토나 자원이 아닌 지식과 기술의 전쟁으로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전쟁마저 기술로 승부를 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을 지키는 정치의 이념이나 철학이 4, 5백년 전의 사상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선거에 있어서도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누가 과거에 더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가에 국민들의 판단이 더 쏠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을 지켜주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대사회 나아가 미래를 향하는 새로운 사회의 정치이념은 ‘창조와 도전’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정치인은 늘 권력에 탐욕스러울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늘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있어 정치가 혼란스러워도 사회는 안정됩니다. 진정으로 그런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양보하지 않는 양심으로 세상을 맑고 평화롭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 꿋꿋하게 있어야 합니다. 자랑스럽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