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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과 못 먹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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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과 못 먹을 것

최민호 세종시장의 월요편지 #74

1최민호 세종시장.jpg
최민호 세종시장

 

 

[시사픽] - 먹을 것과 못 먹을 것- 


삼복(三伏) 가운데 첫번째에 드는 복날인 초복입니다.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라고 하지요.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가며 기승을 부리는 요즘 같은 때, 옛날 사람들이 오죽 기력이 바닥을 쳤으면 이런 말을 했을까요.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었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무더위를 이겨냈는지 새삼 궁금하기도 합니다. 무더위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었을 테니 수분과 단백질 보충 등 음식으로부터 보양을 하는 방법을 택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보신탕 금지법'으로 개 식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마당이지만, 과거에는 개장국이라 하여 보신탕을 특별히 여겼습니다.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복날 보신탕을 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첫째, 빈곤하기만 했던 옛날, 입맛이 없고 기가 허해지는 한여름에 보신탕은 가장 값싼 육류였습니다. 소, 돼지, 닭고기가 귀하던 시절이라 서민이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단백질원을 찾아냈던 것이지요. 


둘째, 개고기는 육질이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소화에 문제가 없고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한여름철에 안성맞춤이라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셋째는 복(伏)이라는 한자어의 문학적 유희입니다. 복(伏) 글자를 분해해서 보면 사람(⼈)과 개(⽝)가 대등하게 서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이 동등하게 서 있는 한자는 복(伏)자 이외에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개를 안 잡아 먹으면 개가 사람을 잡아 먹을지도 모른다는 식자들의 언어유희지요. 


하지만 보신탕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인간의 비정함입니다. 개처럼 인간에게 충직하고 가깝게 지내는 가축은 없습니다. 또 개를 잡을 때 비위생적이고 도축법상 인정되지 않습니다. 도의적, 법률적으로 굳이 그런 보신탕을 해야 하냐는 의견입니다. 


둘째, 불교적 윤회설에서 볼 때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워서 전생에 사람이었을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니 불교신자들은 특히 보신탕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셋째, 세계적으로 비문화적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빈곤했을 때는 불가피했다손 치더라도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든 만큼 다른 육류를 취해도 되지 않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식문화라는 것은 트렌드이고, '무엇을 먹고, 먹지 않고'의 문제는 문화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슬람의 할랄(Halaal)문화나, 유대인들의 코셔(kosher)는 식재료를 만들어내는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우며, 제대로 준수하지 않으면 먹지도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과거 아시안게임에서 이슬람권 선두들이 돼지고기를 거부하다 못해, 돼지고기가 담긴 음식마저도 거부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기와 유제품을 함께 먹지 않는다는 율법이 있습니다. 불고기를 먹은 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밀크가 든 커피를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까다롭고 엄격한 문화이지만 그렇다고 그 문화가 비판이나 비난의 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소울푸드(soul food)". 

그 나라 사람들의 혼이 담긴 음식이라는 뜻이지요. 대표적으로 미국 남부 흑인들의 프라이드 치킨(fried chicken)이 있습니다. 흑인 노예들이 가난과 고단함 속에서 백인들이 버린 닭고기를 튀겨 먹던 전통음식이 바로 이 프라이드 치킨입니다. 


백인들이 흑인들을 조롱할 때 이 치킨을 먹는 흉내를 내어 인종차별을 했다고도 합니다. 바로 그 노예들의 애환이 담긴 소울푸드는 이제 우리가 좋아하는 치맥, K-food로 진화하여 미국으로 역수출 되고 있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이제 3년 후엔 역사 속으로 사라질 테지만 보신탕도 과거 우리 선조들의 소울푸드였음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치맥이 한국을 대표하는 K-food의 대명사가 되었듯이, 할랄푸드가 이슬람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 상품이 되었듯이, 문화적 선택과 트렌드의 변화로 ’무엇이 먹을 것인지 못 먹을 것인지'는 또다시 변할 것입니다. 미래에는 굼벵이나 벌레 같은 곤충을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문화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로 판단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어떤 입장도 그 나름대로 옳다고 주장하는 바를 이해하는 것, 각 집단의 문화적 배경을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여러분, 삼복 무더위가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더위에 입맛을 잃었다 하여 밥상을 멀리할 것이 아니라 골고루 영양을 잘 섭취하여 건강한 여름을 보냈으면 합니다.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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