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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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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우의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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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우 대기자

 

[시사픽] 1516년 출간된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는 중대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의 심리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도둑과 살인자가 같은 형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사회에도 해로운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둑질만 해도 살인에 대한 형벌과 같은 벌을 받아 망하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되면, 그저 강도질만 하려던 도둑도 상대를 죽이려는 생각까지 하게 될 것이다. 도둑이 붙잡히면 어차피 살인범과 똑같은 극형을 당하게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살인이 더 안전하다. 왜냐하면 증인이 될 상대자를 죽임으로써 도둑질과 살인이라는 두 가지 범죄를 다 감추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극단적인 잔인한 조처로 도둑에게 겁을 주려고 하는 것은 실은 그들에게 무고한 사람을 죽이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즉 도둑질을 해도 사형, 살인강도를 저질러도 사형인 당시의 무시무시한 형벌제도를 지적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20일 흉악범죄 근절을 위한 안전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법에 따른 사형 집행도 충분히 고려할 때가 됐고, 우리 사회를 안전한 길로 만들 수 있다며 사형제 존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살인 등 중대범죄자를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는 무기형 신설을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토마스 모어가 형벌의 과중함으로 인해 더 큰 범죄가 이루어 질 수 있음을 지적한 것과 달리 한 위원장은 처벌의 가벼움으로 중대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일 흉악범죄 근절을 위한 안전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집 앞에 이사 온 사람이 떡 돌리는 데 조두순이다. 이러면 감당할 수 있겠나"라며 "우린 다소 가혹하다고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범죄 피해자 편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앞서 그는 법무부 장관시절 전국 4개 교정시설에 사형시설의 점검을 지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엔 1948년 제1공화국 출범 이후 1949년 7월 14일 살인범을 사형에 처한 것을 시작으로 1997년 12월30일 23명의 사형집행까지 모두 920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다. 이후 사형선고를 받았음에도 아직 집행되지 않은 사람이 59명에 이른다.

 

사형은 사람의 기본권 중 가장 근간을 이루는 생명을 박탈하는 생명형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당사자의 생명을 제한하는, 불가역성을 가진 형벌이다.

 

이 때문에 사형 집행 요구 목소리가 크지만 인권 보호 및 오판의 가능성, 국제 사회 압박 등으로 인해 사형 집행 현실화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사형 판결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며 대한민국에서 형사소송법에 의해 피고측은 상소를 포기할 수 없으며 이는 심지어 헌법으로 유일하게 단심을 허용하는 경우조차 예외가 아니다. 즉, 사형 판결은 반드시 3심을 모두 거쳐 확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형법상 범죄는 내란죄, 외환죄, 여적죄, 간첩죄, 폭발물사용죄,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 살인죄, 존속살해죄, 강간살인죄, 강도살인죄 등으로 매우 중한 죄에만 극히 한정되어 있다.

 

사형의 폐지와 관련 미국의 조지 스키니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4세의 흑인 소년은 백인 여아 두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을 거쳐 83일후 전기의자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그는 70년이 지난 2014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현재까지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 사회로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오늘날 유엔에 가입된 193개국 가운데 111개국에는 사형제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사형제가 있지만 실제 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 국가는 45개국이고 사형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34개국이다. 그리고 6개국은 특수상황을 제외하고는 폐지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주변 국가들인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는 모두 사형제도가 존치되고 있다.

OECD국가 가운데 미국과 일본만이 사형제가 유지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이고 나머지국가들은 모두 사형제가 폐지되었다.

 

한 위원장이 당장 실시하려는 방안은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다. 이는 천부인권으로 주어진 생명을 형벌로 박탈하는 사형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현재 무기징역형을 받은 수형자에게 20년 이상 장기 징역을 집행했을 경우 가석방을 하는 사례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다.

 

이는 결국 무기 수형자에게 가석방 실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방지 방안인 셈이다.

 

우리나라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인권 문제 때문이다. 사형은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생명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인 형벌이라는 것.

 

하지만 더 현실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사형을 집행할 경우 유럽연합(EU)과 경제 협력을 하기 어렵게 된다. EU는 사형제 폐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사형 존치국’과는 경제적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형제의 부활 내지는 사형 집행과 관련 여론은 70%가 사형제의 존치를 원한다는 조사가 있을 만큼 흉악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냉혹하다. 과연 다시 사형제는 부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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