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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세배와 세뱃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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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세배와 세뱃글

최민호 시장의 월요편지 #52

최민호 시장 인터뷰 사진2.jpg
최민호 세종시장

 

[시사픽] 새해가 되면
보은과 축복의 마음을 담아 가족, 친지들이 모여 세배를 드립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묵은 세배'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문 뒤, 설 전에 마을어른들께 송년 인사 겸 1년간 돌봐 준 은혜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올리는 절입니다. 그리고 설날 아침에 집안 어른들께 드리는 세배는 '새세배'라고 했습니다.

세배.

세상 어느 나라에 이런 아름답고 귀한 풍습이 있을까요?
이 고품격 전통문화는
인류의 무형문화재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날 세배를 하면 어른들은 자손들에게 위엄있게 덕담과 용돈을 내려주십니다.
세뱃돈입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이 처음부터 세뱃돈을 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 문헌들이 있지만,
양가 댁에서는 아이들에게 세뱃돈 대신 '세뱃글'을 주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세뱃돈 대신 벼루를 앞에 놓고 글을 써서 봉투에 넣어주었다는 것입니다.

종이를 펴보면, 대개 한자(漢字) 서너자가 씌어 있었습니다.

외자면 일자훈(一字訓), 세자면 삼자훈(三字訓)이라 하여
아이가 한 해 동안 올바르게 커나가도록 글로 교훈을 주었다 합니다.
행중신(幸中辛: 행복하기 위해서는 고생이 있다). 이런 형식이었습니다.

과연 기품과 뼈대가 있는 동방예의지국의 풍습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커가는 자녀들에게 세뱃글을 주며 한 해를 열어왔습니다.
자녀들은 칭찬 일색인 제 세뱃글을 읽으며 감동을 받는 듯 했습니다.

저는 어제 우리 시 최고령 어르신(만 106세)께 '묵은 세배'를 올려 강녕하시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충녕 어린이집 꼬마들에게 세배를 받았습니다.

오색빛깔 한복을 차려 입고 공손히 인사를 하는 모습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습니다.

세뱃글로 아이들에게 답례를 했습니다.

"어린이들, 꿈꾸는 꽃이 되어요…
어린이들은 모두가 아름답게 피어난 꽃이에요.
꽃은 저마다의 꿈을 갖고 있다고 해요.
나팔꽃은 세상에 즐거운 음악소리를 들려주고,
백합꽃은 아름다운 향기로 세상을 채우고 싶다고 말해요…
어린이도 꿈꾸는 꽃이 되어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해주기 바라요…"

새 해, 새 날, 새 시간을 잘 맞아들이는 일,

묵은 세배와 세뱃글로 미움이나 불평대신 감사와 사랑이 충만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라며,
갑진년의 마지막 날엔 모두 밝게 웃게 되길 바랍니다.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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