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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픽] - 죄악의 기권 -
아테네는 인류 최초의 민주주의 도시국가였습니다.
투표를 통해 그들은 지도자를 뽑거나 추방하였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투표권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플라톤은 자신이 ‘아테네에서 시민이자 남자’로 태어난 것을 신에게 감사한다고 했습니다.
노예나 여자는 투표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구나 투표할 수 있는 ‘보통선거’를 극구 반대했습니다.
보통선거는 ‘중우정치’ 즉, 바보들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정치로 몰락한다면서, 그리하여 ‘민주주의는 민주정치의 과잉에 의하여 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라도 한 표를 행사하는 보통선거 제도는 실로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1789년 8월, 프랑스 혁명의 에서도 여성의 선거권은 배제되었었고, 이를 주장한 여성인권운동가 올랭프 드 구즈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미국 흑인들이 투표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1965년입니다.
노예가 거래된 1619년 이후 346년만이었습니다. 아테네의 민주주의 이후 2천년이 지난 후입니다. 그렇게 얻어진 ‘한 표’입니다.
그 ‘한 표’가 자신과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차별과 싸우며, 시대에 저항해 얻어낸 권리인 것입니다.
실로 귀히 여겨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의 패리클래스는 ‘정치가 더럽다고 초연한 양 투표를 하지 않는 자는 정치에 초연한 자가 아니라 사회에 무책임한 자’라고 비난하였고, 플라톤은 ‘정치에 무관심한 자가 받는 가장 큰 벌은 자신보다 못난 사람들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는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정치적 격변기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자에게 예비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중립이란 무관심과 무지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투표권의 기권은 권리가 아니라 죄악이라고 그는 생각했습니다.
투표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생각하여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지도자를 뽑는 것입니다.
생각 없이 투표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우정치’를 말하고, 민주주의 멸망을 경고했던 것입니다.
지도자는 능력과 도덕성을 둘 다 갖춘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런 지도자만이 우리의 운명을 건강하고 건전하게 지켜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언행을 우리 자녀들이 보고 배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덕목이 요구되겠지만, 생각 없이 또는 잘못 생각하여 그런 능력과 도덕성이 부족한 사람에게 투표하면 우리는 스스로 고생을 자청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정치가 나를 괴롭히고, 나보다 못난 사람이 나를 지배하는 비극도 결국 깊은 생각 없이 능력과 도덕성이 없는 사람에게 투표하거나 방관한 탓 아니겠습니까?
존 F 케네디의 말처럼 '유권자의 한 사람의 무지로 모든 사람들의 불행을 가져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투표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 나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 중 덜 나쁜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를 잘 할 사람‘이 아닌 '정치를 잘 이용해 먹을 사람'들의 사익을 위해 우리의 귀중한 한 표가 이용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입니다.
투표를 합시다.
이웃에게 서로서로 격려하여 투표를 하게 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권한을 위임한 대표자들에게 이야기합시다. "공공의 선과 정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시라!"라고 말입니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현대의 존 F 케네디의 말이 적어도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말입니다.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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