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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픽] 힘의 사회, 법의 사회 그리고...
아무리 우연의 일치라 하지만
신기하게 생각해 오던 일이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와 공자가
거의 똑같은 시기에 태어나 죽었다는 사실이죠.
공자는 기원전 551년에 태어나
479년에 죽었습니다.
부처 또한 추정이지만
기원전 5백5,60년경 태어나 480년경 죽었습니다.
거의 똑같다고 보아야죠.
예수는 이로부터
500년 정도 뒤에 태어나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설파하면서 강조한 말씀 또한 같습니다.
어짐(仁)과 자비와 사랑.
인류가 살아온 역사를 100만 년 정도로 볼 때,
그들이 태어나기 전과 후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정치사회학적으로 100만 년 인류 역사를 구분한다면
두 시대로 분류된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힘이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100만 년 인간의 삶 중에서
가장 강력히 지배해 왔던 영향력은 힘이었습니다.
그것도 물리적인 힘,
간혹 무력이라고도 미화됩니다만 폭력이었습니다.
폭력적 힘으로 모든 걸 가졌고 정당함은 물론 당연시되었습니다.
강한 부족과 약한 부족, 어른과 아이, 남과 녀...
모든 것에 적용되었습니다.
99만 9천 년의 기간 동안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법이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민주사회의 첫 장이라 불리는
서기 1215년 영국 마그나카르타(권리대장전)나,
우리나라에도 부족국가 시대 8조 금법이 있었다고 하나
본격적인 법치사회는
서기 1700년경의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 의한
권력분립과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현재 폭력이 아닌
만인이 동등한 법에 따라 대우받고 처벌받는 시대와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시대와 지금도 존재하는 그런 사회를 상상해 보십시오.
끔찍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법치주의도 속을 들여다보면 법을 만드는 사람의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바로 정치력입니다.
정치가 중요한 것은 바로 법을 만드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예산도 법임을 알면 더욱 자명해집니다.
결국 현재의 우리도 법치주의라는 이름 아래
정치인들의 힘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기원전 2000여 년 전
부처와 공자와 예수는
바로 이점을 각성시킨 정신적 지도자였습니다.
그분들의 동일하고 한결같은 말씀은 '힘'이 아닌 '사랑'이었습니다.
"도덕이 지배하는 사회"
우리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입니다
그러나 2000년 이상 희구하고 도래하길 바라는 미래사회입니다.
지난 19일 이춘희 전임 시장이 모친상을 당하여서
부시장이하 간부들과 함께 조문을 다녀왔더니
잘했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춘희 시장 재임 8년간 같이 근무했던 간부 공무원들이
우리 사회 정치의 비정하고 야비하고 민감한 면을 왜 모르겠습니까.
때문에 혹여 문상을 가는데 현 시장인 저의 눈치라도 보지 않을까 싶어
함께 가자고 먼저 말을 꺼냈던 것입니다.
어떤 언론인이 불편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선거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하여 인간적으로 싸운 것은 아니다.
아무리 선거에서 혈전을 벌였다 한들,
물밑에 흐르는 우정마저 잃어서는 안된다"라고 답했습니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도의를 지켜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의 도리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고도 했습니다.
이춘희 시장은
"바쁜 시정에 불구하고 조문을 와주어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저는 "이게 무슨 고마워할 일입니까.
당연한 일이지요"라고 답례했습니다.
인간도 짐승인 이상 힘과 법과 도덕이
어찌 그리 이상대로 구현되기야 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또 인간인 이상
인간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는 다해야 하지 않을까요?
법이고 정치고 선거고 뭐고를 떠나서 말입니다.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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